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직장에 다니다가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이미 경력을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또한 대학교 졸업 후 바로 번역가가 되기로 결정했기에 직장 경력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력이 없어 몇 달 동안 번역 에이전시 서류 통과도 하지 못 했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든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했던 일을 모두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생각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활동을 했다는 일이 떠올랐습니다.
1. 토익 965
2. 무역영어 1급
3. 국제무역사 1급
4. 공군 정보체계관리병 만기 전역
처음에는 대학교 다닐 때 딱히 한 일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습니다. 토익은 문과라면 기본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이고 고득점자도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무역영어는 사실상 어학 시험이고, 국제무역사도 난이도가 크게 높은 시험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군복무 경력이 도움이 될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컴퓨터 수리하기', '커피 타기', '백신 업데이트하기' 등 기본적인 업무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군복무 경력을 쓰면 너무 평범하기에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도 있어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텅 빈 이력서니 문제가 될 것도 없겠다 싶어서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번역과 무관해 보였던 마지막 군복무 경험이 번역 에이전시 서류를 통과하고 신입 번역가로서 경력을 쌓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으며, 현재도 IT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력이 없다고 먼저 좌절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클라이언트가 번역가에게 기대하는 역량은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1. 꼼꼼함
2. 시간 엄수
3. 외국어 능력
4. 국어 능력
5. 특정 분야 지식
남들 다 하는 아르바이트도 꼼꼼하고 시간을 엄수한다는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짧은 인턴이나 해외연수도 외국어 능력이나 해외 문화 이해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외국어 능력과 국어 능력은 샘플 테스트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번역가로서 성실하게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서류가 통과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도 텅 빈 이력서보다는 여러 경력이 적혀 있는 이력서라면 '번역도 잘 하는지 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번역 경력이 없다고 걱정하기 전에 먼저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취미 등 자신이 해 왔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 대기업 취준생 수준의 이력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번역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샘플 테스트 기회를 얻고 번역가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